소개합니다

      >     >  

    자유게시판

    노인의 설날
    2025-01-31 12:10:47
    박흥덕
    조회수   38

    노인의 설날   - 박 인걸

     

     

    이제는 하나도 기다려지지 않는다.

    나에게 설은 많이 부담스러울 뿐이다.

     

    떡국 한 그릇에 한 살을 강매당할 때

    몇 개 남은 곶감이 꽂이에서 사라지듯

    바들바들 남은 나이를 붙잡는다.

     

    수명(壽命)이 귀한 것을 이전엔 잘 몰랐다.

    뭉텅이 돈을 빼내 쓰듯 허비했다.

     

    화장터로 죽마고우들이 불려가던 날

    내 차례가 온다는 것을 의식한다.

     

    아무것도 모른 채 설날을 기다리며

    눈썹이 샐까봐 날밤을 지새우고

    세뱃돈 받을 꿈에 가슴 설레던

    동심(童心) 시절이 천국이었다.

     

    새파랗던 시절 동행서주(東行西走)로

    오직 꿈을 위하여 앞만 보며 달렸다.

     

    어느 날 존재를 의식하던 날

    생(生)의 종착역이 저기 보인다.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당장 불려가도 아쉬움은 없지만

    추한 모습으로 끌려가는 건 아주 싫다.

    당당하게 내 발로 걸어가고 싶다.

     

    설날이 싫지만 멈추게 할 순 없으니

    오늘부터는 남은 설날을 계수(計數)하련다.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댓글

    댓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.